무서운이야기 – 한국요괴 시리즈 11 견신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조선시대화가이암선생의작품)보편적으로견신은일본의요괴로알려져있습니다.하지만 집에서 가족처럼 키우던 개나 고양이의 영혼이 인간을 지켜주거나 자신에게 해를 끼친 인간을 벌했다는 기록은 예전부터 아주 많습니다.따라서 여기서 다루는 것은 일본의 요괴견신이 아니라 한국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신이 될 수도 수호령이 될 수도, 누구에게는 좋은 추억일 수도 악령이 될 수도 있는 동물신 중 하나를 가리키는 것입니다.2005년 12월에는 고등학교 1학년이던 김한솔 양(이하 ‘나’라고 한다.)은 마지막 기말고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집에 도착하자 평소와 다른 이상한 냄새가 집에서 풍기고 있었다.”이게 무슨 냄새일까?” 들어가 보니 거실에 작은 강아지 집이 있었고, 안을 보니 작은 개가 눈을 감고 꿈틀거리며 자고 있었다.너무 귀여웠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본다.엄마 거실에 강아지 있는데 뭐야?”엄마” 응, 그건 엄마가 동대문에서 데려왔어. 눈 마주쳤는데 너무 귀엽지?그게 바로 우리 강아지 동이와의 첫 만남이었다.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귀여운 외모, 사람을 절대 물지 않고 몸은 산만하고 쫄쫄이 성격을 괴롭혀도 바보처럼 좋아한다고 꼬리를 흔들었고, 항상 나를 반겨주는 든든한 한 사람뿐인 우리 가족과 싸워도 친구들과 헤어져 와도 시험을 망쳐놓고 와도 늘 집에 오면 달려와 안기는 동이와 그런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군대 갔다 오는 동안에는 동이가 내 방을 쓰면서 아들이라 불리며 내 빈자리를 해냈다.그렇게 영원할 줄 알았던 동의도 세월 앞에서는 박정하게…2020년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너무 슬펐는데 요즘은 반려견 장례 서비스도 잘 돼 있어서 사람들과 똑같은 장례 절차를 거쳐 화장해서 보석으로 만들어 집으로 가져왔다.뼈가루로 만든 보석이라지만 가져와 유골함 속에 넣어두면 마치 아직도 동의가 몸이 있어 함께 있는 것 같은 기분이어서 그리 외롭지 않았다.그러다 2025년 나이도 들고 직장이 소재지를 이전하다 보니까 너무 멀어져서 집에서 독립하게 됐는데요. 어느새 회사에서는 과장을 달고 팀장도 달고, 차례차례 야근까지 하며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근데… 아, 그런데… 이 이사 간 집이 너무 문제였어.어디부터 말하면 좋을까? 일단 계약부터 꽤 문제가 있었다.’x방’이라는 앱을 보고 강남 번화가 일대인데 보증금 1000에 월세 50이래.평수도 6평 정도로 ‘오, 좋다’ 싶어 부동산에 연락을 했더니 매물을 보러 오라고 해서 갔다.그러면 이건 중고차 허위매물 수법과 같은 건가? 아, 사실 그런 매물은 없다면서 공인중개사도 아닌 것 같은 젊은 대리인이 나와서 대신 다른 걸 보여주겠다고 헛소리를 한다.차로 조금 이동해서 다른 집을 봤는데 7평에 보증금 2000월세 55라는데 오히려 처음 본 방은 반지하였는데 여기는 2층이라 더 좋을 것 같았다.거기에 혹사당일 계약금을 넣어버렸다.. 나는 바보였다…입주까지는 너무 좋았다. 신나서 들어갔지만 뭐랄까 내가 아무리 신기도 없고 평생 귀신이라고는 본 적 없는 억센 남자이긴 하지만 반지하도 아닌데 반지하보다 더 음산한 신기한 기운이 감돈다. 하긴 처음 방 구경했을 때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1.5룸에서 골방 안 보고 계약한 나… 회사에서 제3자가 이런 곳을 계약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면 바로 반려자 때려서 미쳤나 싶던 내가 이런 실수를… 그 작은 방 근처에 가면 굉장히 음침해진다. 애당초 잡동사니 쌓아두는 곳에서 전 사용자도 썼다고 하니 그래서 하기로 한다.방 구조를 보면 안방에는 창문이 있고, 쪽방은 창문이 없는데 건물 구조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쪽방은 햇빛이 잘 들어와 있어서 조금 덥고 쪽방은 음울해서 그런지 몰라도 꽤 시원했다.그래서 잘 때는 저도 모르게 작은 방 쪽에 누워서 자게 됐는데 이건 귀접이도 아니고… 매일 뭔가 어딘가에서 정기가 빠지는 느낌이다.그렇게 한 달을 살다 보니 이제는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첫 번째 꿈] 끝이 안 보이는 강? 바다? 나는 그 정도로 보이는 방대한 규모의 물가를 걷고 있어.왜 걷는지 앞이 어딘지는 모르겠어.하늘은 어둡고 주위에는 풀도 나무도 쥐도 없다.그렇게 밤새 걷기만 하다가 꿈이 끝났다.[두 번째 꿈] 첫 번째 꿈과 대부분 내용이 비슷하지만 마치 연속된 것처럼 어제 저장해둔 SAVE 파일에 접속해 게임을 진행하듯 똑같이 물가를 걷고 있다. 그렇게 밤새 걷기만 하다가 마지막으로 멀리서 희미한 검은 모양이 하나 보인다.저게 뭐지? 생각하는 순간 꿈이 끝난다 [세 번째 꿈]꿈속에 들어오자마자 검은 모양이 희미하게 보이는 부분에서 시작되었다.검은 모양은 잡히는 듯 잡히지 않다가 이내 형체를 드러냈다.제가 요즘 무서운 걸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이런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아주 전형적인 ‘사신’ 모습을 하고 있다. 나는 사신을 대면하게 되고, 그 사신은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자고 손을 내민다.여기서 나는 이것이 꿈 속에서 이것이 꿈임을 자각했고, 자각하자마자 꿈에서 튕기듯 깨어났다.식은땀을 흘리며 깼는데 눈을 뜨자마자 시계를 보니 4시 44분이 아닐까.. 드라마, 영화에서나 보던 ‘전형적인 만들어진 매체상 저승사자 모양’, 뭔가 불안해서 일어나면 시계가 4시 44분이라는 ‘전형적 미신’ 두 가지가 내 눈앞에 마주치면 우연이겠지만 당당하게 누군가 나에게 장난을 치는 것 같기도 하고 이 상황도 재미있어서 무심코 헛웃음을 짓는다.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야.그 다음날 나는 처음부터 별로 무섭지도 않았는데 무서움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밤에 야식으로 치킨을 시켜 혼자 치킨을 먹으며 즐겁게 넷플릭스를 보며 놀았다.그러다가 너무 피곤해서 자게 되었는데… 네번째 꿈에 들어가게 된다.[네 번째 꿈] 그 전형적인 저승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던 검은 형체에 이끌림으로써 무심코 어딘가로 끌려가게 된다. 물론 내 의지는 아니다. 나는 이미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상태야.나름 무서운 이야기에는 정통했다고 생각하는 나니까 자각했고, 이건 내 상상력이고 자각몽이니까 내 의지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경험 부족 때문일까? 내 의지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처음에는 ‘이거 놔줘’ 그랬는데 ‘야, 이거 놔줘’라고… 제발 살려주세요’라는 말이 나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도대체 이 꿈은 언제 깨어날까, 평생 깨어나지 못할 것 같은 공포. 끝없는 강가에서 전형적인 저승사자의 모습을 한 형태로 끌려가는 나.. 틀림없이 죽으러 가지 않을까 아무리 꿈이라 해도 깨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잠시 끌려가다 이내 누가 봐도 ‘지옥의 문’처럼 생긴 던전 입구 같은 곳 앞에서 멈추게 된다. 물론 틈을 타서 날고 싶었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저승사자의 모습을 보며 4시 44분 지옥문을 하거나, 영화 ‘하나님과 함께도 아니고 꿈이라면 제발 깨워줬으면 좋겠는데 정말 죽을지도 몰라’라는 두려움은 이미 내 머릿속에 가득 차 있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에게 이끌려 지옥문 같은 곳으로 들어가게 되는… ‘아, 난 끝이야…’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 다리를 꽉 잡는다.통증도 잠시.아래를 보면 하얀 강아지가 죽일 듯한 기세로 내 다리를 물고 나를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고용을 사용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저 강아지는 뭘까? 했는데 내 머릿속에서 떠올리기 전에…기억을 떠올리는 시간보다 눈물이 나는 시간이 더 빠르다고 할 정도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바로 우리 가족 동이였다. 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가족이었던, 때로는 나 대신 아들 역을 맡아줘 우리 가족을 훈훈하게 해준 무지개 다리를 건넌 지 5년이 지난 우리 ‘동이’가 평생 본 적 없는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사로잡는다.저승사자를 이기기에는 상당히 역부족이었지만 내가 깨어나기에는 충분했다.곧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리 감각이 돌아와 그 남자를 지옥문 안으로 밀어넣고 최대한 멀리 한참을 달렸다. 한참을 달려 숨이 턱턱 막혀 누워 있으면 얼굴에 차가운 감각이 감돈다.동의가 내 얼굴을 핥고 있는 것이었다. 예전과 같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놀아달라는 듯 꼬리를 흔들며 헤헷 빛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순간 옛날 동의 애완동물 장례식장에서 누군가 적어놓은 이야기가 생각났다.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던 애완견이 데리러 온다는 얘기가 있다. 나는 이 이야기가 너무 좋다.”동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 잠시 울었던 과거의 나를 건강하게 해주셨던 말씀…” 나는 이 꿈이 끝나지 않길 바라며 동의를 끌어안고 한참을 뛰어다녔다.꿈에서 본 나는 잠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리고 당일 바로 자취방을 계약 해지하겠다고 임대인에게 통보했지만 왠지 임대인은 그럴 줄 알았다며 곧바로 보증금을 돌려줬다.다시 들어가기 싫어서 이사업체를 불러 친정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동의 유골함에 가장 먼저 찾아갔다.사랑하는 동이야. 귀여운 우리 동생. 네 덕분에 형이 살았다. 나중에 진짜 천국 가면 환생할 때까지 평생 하늘에서 같이 놀자며 미친 듯이 울었다.물론 영문도 모르는 어머니에게 등 스매시를 당했다. 그거 며칠 나왔다고 또 기어온대… 나는 생각해. 개, 고양이 등 동물들이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뿐 나름대로 의사소통과 지능을 가지고 행동하는 같은 생명체라고. 우리가 가족으로 인정하는 한 강아지도 고양이도 다 진짜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옛날부터 무생물의 물질에도 정성을 쏟으면 신 또는 귀신이 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내 동생 동이는 나의 ‘견신’이다.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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