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골 고무 나무를 죽였다.다분히 의도적으로.이사도 와서 함께, 가지 치기도 여러 차례 한 상당히 오랫동안 곁에 둔다 식물이었다.결혼 십주년 선물로 남편이 준 결혼 기념일과 벵골 고무 나무이니 속으론 꽤 들떴던 벵골 고무 나무였다.7년 전 지금 집에 이사 오고 발코니 확장을 했다.빛 좋은 남쪽으로는 넓고 긴 테이블을 놓고 식물을 놓을 만한 장소가 여의치 않아 몇개도 없는 식물은 북쪽 창문 앞에 위치했다.빛도 충분치 않아 PM2.5가 심한 날은 창문을 꼭 닫아 두기 일쑤고, 통풍도 좋을 리 없었을 것이다.게다가 코로나를 지나 분갈이까지 하지 않아서 흙 속의 양분도 고갈된 지 오래이다.그렇게 제 관심 밖의 벵골은 기름기 없는 쭈글쭈글한 잎을 내기 시작했으나 그래도 봄이 되면 잊지 않고 연두색의 부드러운 어린 잎을 내 주고 살아 있음을 알려서 주었다.작년인가.두 아이를 키우고 강아지도 키우고 이 집도 멋지고 작지만 북 클럽도 운영하고 키우고 돌봐야 할 저의 에너지 차원을 넘어 그렇게 벵골 고무 나무의 물주기를 잊기 시작했다.잎을 우수수 떨어뜨린 벵골을 보고미안한 마음 한 구석에 “차라리”라는 생각도 했다….나 혼자 큰 화분으로 단단하게 박힌 노기 다이를 터뜨리기에는 역부족이므로 목숨이 떨어지고 하얗게 말라 뼈만 남은 고무 나무를 두달이 될 때까지 무시하고 방치했다.노력하고 무시했지만 죽어 버린 고무 나무가 마른 나의 젊음과 열정 같고 바라보는 마음이 아팠다.피곤해서 피곤하게 살면서 부드럽게 돌볼 수 있지 않고 마른 나의 관계 같아서 슬펐다.그런 어느 날 죽고 말았다, 아니 죽었다고 믿었던 발갈의 고목에 황록색의 느낌이 들었다.경이 그 자체였다.미안함과 기특함으로 벵골을 남쪽 창문으로 옮겨 빛을 받게 하고 굳어버린 화분의 흙을 삽으로 쪼개어 새 흙을 섞어 푹신푹신하게 흙을 고르고, 표토가 마르면 물과 비료를 주어 창문을 활짝 열어 바람이 잎 사이를 지나가게 해 주었다. 흔한 벵골고무나무지만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우리 집 벵골고무나무는 온실 속 벵골과는 수준이 다를 것 같아 혼자 웃는다. 눈으로는 다른 벵골과 다를 바 없지만, 죽음을 이긴 그 강인함과 생명력은 누구도 당신에게서 빼앗을 수 없는 당신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벵골은 다시 살기 위해서 무관심한 저에게 제발 자신을 보게, 그 심한 타성에서 깨어나게 죽은살아났는지도 모른다.때는 끝을 잡을 때, 새로 시작할 수 있다.물을 주고 따뜻한 빛을 향해서 자리를 옮기고 풍도를 내고 잎이 춤추고, 마음을 내 주고 잘 바라보면 마른 당신과 나 사이에도 어느 날 우연히 빛나는 연녹색의 접촉이 얼굴을 내놓을지도 모른다.광대한 우주의 보이지 않는 점에 불과하다 푸른 행성 지구에서 한반도라는 동단의 작은 나라에서 무한의 시간 속에서 2024년 지금 이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것부터가 터무니 없는 우주적인 확률인데 우리가 우연처럼 만나서 서로 인연을 맺고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기적이라는 말 외에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코스모스>의 서문에서 칼·세이건이 안·달러 양규사에게 보내는 그 사랑의 말을 나의 벵골 고무 나무에 전달하고 싶다.In the vastness of space and the immesity of time, it is my joy to share a planet and an epoch with Annie. Carl Sagan<Cosmos>#관성을 벗어나는 법 #광활한 우주와 무한한 시간을 기억하라 #그 무한함을 이겨내고 우리가 만났다는 사실을